문서 제목: 차세대 세계 3대 우주망원경 (JWST, HSO, SPICA)의 자료

작성: 박수종 (한국천문연구원, 042-865-3248, 010-6226-9913) 2004.08.06

1. 왜 적외선 관측이 중요한가?

(1) 관측 천문학의 발전

도시의 불빛을 벗어나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바라보면 내가 우주의 중심에 서있다는 느낌이 든다. 고대로부터 인류는 우리가 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확신 했기에, 16세기 초에 폴란드의 신부였던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는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고 주장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탈리아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천체망원경을 처음으로 사용하여, 금성의 위상 변화와 목성의 위성 운동 등을 관측하면서 지구는 더 이상 우주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였다.

그 이후 천체 망원경의 성능은 계속 발전하여 18세기 독일의 윌리엄 허셀 (Herschel)은 은하수를 관측하여 우리 은하계는 수많은 항성이 모여 있는 거대한 원반 구조를 가지고 있고, 우리 태양은 그 중심에 있다고 주장했다.

(2) 20세기 천문학의 성과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대형 망원경이 건설 되어 더욱 멀리 있는 천체의 관측이 가능해 졌다. 그 결과 태양은 우리 은하계의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가장자리에 있는 항성의 하나일 뿐이고, 우주에는 우리 은하계와 비슷한 다른 은하계가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우리 인간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20세기의 천문학 성과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는 1931년에 미국의 에드윈 허블 (Hubble)이 발견한 은하의 공간 분포와 움직임의 상관관계이다. 흔히 허블의 법칙으로 알려진 이 관계에 의하면 거리가 먼 은하일수록 더 빨리 멀어지는 것으로 관측이 된다. 우리 은하가 우주의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지만, 우주의 공간이 팽창한다면 하늘의 어느 방향을 관측해도 외부 은하의 멀어지는 속도는 그 은하의 거리에 비례하게 된다. 그리고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에, 먼 은하에서 관측되는 빛은 그 은하에서 나온 빛이 여행한 시간만큼의 과거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된다. 즉 멀리 있는 은하를 관측하는 것은 그 만큼 먼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림 1) 우주의 시간에 따른 진화

허블의 법칙처럼 우주의 공간이 팽창을 하고 있다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서 과거 어느 순간에 하나의 점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이 시점이 바로 우주의 탄생이 된다. 현재 천문학자들은 우주는 탄생 순간에 “빅뱅“이라고 지칭하는 대 폭발현상 (빅뱅)이 일어나서 계속 팽창을 하여 현재의 상태가 되었다고 믿고 있다.

그림 2) 빅뱅이후 우주의 진화 과정 모습

(3) 허블우주망원경

그림 3) 허블우주망원경

1990년 미국은 20세기의 천문학 성과를 마무리 하고 21세기의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허블우주망원경을 발사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반사경의 지름이 2.4 m 에 불과하지만, 지구 대기의 교란 현상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관측을 하기 때문에 지상의 망원경 보다 10배 이상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훨씬 더 먼 거리에 있는 은하를 관측할 수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지금도 지상 600 km의 궤도에서 관측을 하면서 수많은 업적을 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연구는 허블 법칙의 상수를 더 정확히 측정하여 우주의 나이를 구하는 것이다. 물론 이 망원경의 이름도 허블의 법칙을 발견한 에드윈 허블의 이름에서 따왔다.

(4) 21세기의 천문학 주제

20세기의 천문학 연구 결과로 우리는 두 가지 근본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첫 번째는 우주는 탄생하여 진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 사실은 우주의 수많은 은하 중에서 하나의 은하에 불과한 우리 은하계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하나의 평범한 항성인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지구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21세기 천문학자의 과제는 우주의 기원 그리고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미국 NASA에서는 21세기 우주 탐사의 주제를 “기원의 연구(Origin Program)"로 정하고 20세기에 제기된 여러 의문점의 핵심을 해결할 목표를 세웠다.

(5) 적외선 우주 망원경의 필요성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빅뱅 이후에 탄생을 하는 가장 초기 은하를 관측하여 그 진화 과정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멀리까지 볼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이 핵심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멀리 있는 은하는 허블의 법칙에 의해서 더 빨리 멀어지고, 따라서 우리가 관측하는 빛은 도플러 효과에 의해 더 긴 파장에서 관측이 된다. 즉 가시광선에서 빛을 내는 은하가 멀리 있으면, 적외선 파장 대에서 관측이 된다. 또한 적외선은 우주 공간에 있는 먼지의 영향을 적게 받아 투과성이 좋아서 빛이 먼 거리를 지나도 별 손실 없이 관측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초기 은하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적외선 망원경이 필요하다.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천문학에서는 외계 생명체를 직접 발견하는 것이 아니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있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우선 태양계처럼 다른 항성에 행성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인류는 태양이외의 다른 항성에서 행성계의 존재를 중력의 간섭 현상 등을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추정할 뿐 직접 관측하지 못하고 있다. 행성을 직접 관측하기 위해서는 행성의 표면에서 복사되는 빛을 측정해야 하는데, 행성의 온도가 낮기 때문에 가시광선에서는 직접 볼 수 없고, 적외선 망원경으로만 관측이 가능하다.

적외선의 관측은 이렇게 중요하지만, 불행히도 천체에서 오는 적외선의 대부분은 지구의 대기에서 흡수가 된다. 또한 망원경 자체에서 나오는 열복사가 크기 때문에 망원경 전체를 냉각해야 고 감도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데 지상에서는 결로 현상이 있어서 망원경의 냉각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공기의 영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만 적외선의 관측이 가능하다.

2. 차세대 세계 3대 우주 망원경

허블우주망원경의 후속으로 유럽의 HSO (2007년 발사), 미국의 JWST (2011년 발사), 일본의 SPICA (2012년 발사) 등 대형 적외선 우주망원경의 계획이 진행 중이다. 이 세대의 우주 망원경은 반사경 지름이 3.5m 이상으로 대형이고, 관측 가능한 파장대가 조금씩 달라서 상호 보완적이다.

표 1) 세계 3대 우주망원경의 비교

우주망원경	주관기관	발사연도	망원경구경	관측파장대	망원경온도	위성무게
HSO	유럽 ESA	2007	3.5 m	60-670  μm	80 K	3.2 톤
JWST	미국 NASA	2011	6 m	0.8-28 μm	45 K	6.2 톤
SPICA	일본  ISAS/JAXA	2012	3.5 m	5-200 μm	4.5 K	2.6 톤

이 세 망원경은 모두 우주망원경을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가 아닌, L2 지점에 올려서 태양-지구-위성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태양을 공전한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L2 지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상쇄되는 역학적으로 안정되는 다섯 지점의 하나이다. 18세기 프랑스의 수학자 조셉 루이스 라그랑주 (Joseph-Louis Lagrange)가 발견하여 다섯 개의 라그랑주 지점이라고 한다.

L2 지점은 태양-지구의 연장선을 따라서 지구에서 1,500,000 km 에 위치하고 이 거리는 지구-달 거리의 4배 정도 된다. 참고로 지구와 태양의 거리는 150,000,000 km 이다. 이 L2에서는 망원경의 자세를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 적외선 망원경을 냉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적외선 망원경은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망원경을 영하 200도 이하로 냉각을 해야 하는데, 태양과 지구로부터 방출되는 열복사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구의 궤도를 공정하는 경우에는 태양과 지구의 방향각이 변해서 차단막의 효율적인 배치가 어렵게 된다. L2 지점에서는 태양, 지구가 같은 방향에 있어서 하나의 차단 막으로 열복사를 막을 수 있다. (아래 그림 참조)

(1) HSO (Herschel Space Observatory)

그림 4) HSO의 상상도

HSO는 유럽우주국(ESA, European Space Agency)에서 2007년에 발사를 목표로 추진하는 3.5m 구경의 우주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은 유럽우주국에서 1995년에 발사했던 구경 60 cm 적외선 우주망원경 ISO (Infrared Space Observatory)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더 큰 구경의 망원경으로 우주를 더 자세히 보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망원경은 18세기 독일의 천체물리학자 윌리암 허셀의 이름을 따랐다. 허셀은 태양의 프리즘 관측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의 존재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이 망원경은 원적외선부터 서브미리파 (60-670 μm)의 관측을 하여 우주의 나이가 30-50억년일 때의 초기 은하를 관측하여 은하의 형성 및 진화 과정을 연구하고, 별이 탄생 지역에서 별과 주위 물질과의 상호 작용에 의한 물리 화학적 특성을 연구한다.

(2) J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

그림 5) JWST의 상상도. 6.5 m 의 반사경은 18개의 정팔각형 조각으로 구성된다. 아래의 보라색 막은 태양과 지구에서 방출되는 열 복사를 차단하여 망원경의 온도를 유지한다.

미국 NASA에서 추진하는 반사경 지름 6.5 m 의 광학 및 적외선 우주망원경이고 2011년에 발사할 계획이다. 지금 6.5 m 의 반사경을 그대로 우주로 올릴 수 있는 발사로켓이 없기 때문에, 미러를 18개의 정팔각형 조각으로 나누어 접어서 발사한 후에 우주공간에서 펼쳐서 하나의 미러 모양을 구성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림 참조).

이 망원경의 관측 파장 대는 0.8 - 28 μm 이고, 허블 우주 망원경에서 수행하던 연구를 확장하면서 더 깊은 우주를 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망원경은 우주와 생명의 기원을 탐사하는 NASA의 Origin Program의 가장 핵심 연구를 하기위해 다음의 다섯 가지 큰 연구 주제를 가지고 있다.

- 우주론과 우주의 구조

- 은하의 기원과 진화

- 우리 은하계와 주변 은하의 역사

- 별의 탄생

- 행성계의 기원과 진화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 목적은 더 커진 망원경과 더 길어진 적외선 관측 장비로 허블우주망원경의 관측 한계였던 우주 나이 50억년 보다 훨씬 더 초기의 우주인 우주 나이 5억년까지 관측을 하여 가장 처음 생성된 은하를 관측하는 것이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이 우주망원경의 이름을 따온 제임스 웹 (James E. Webb)은 과학자가 아니고 1960년대에 미국의 달 탐사 아폴로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이다. 과학자의 이름을 따르지 않은 첫 번째 우주망원경이 될 수 있는데, 이 사실에서 우주과학이 단순히 과학자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하는 연구가 아니고 국가의 우주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미국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3) SPICA (SPace Infrared telescope for Cosmology and Astrophysics)

그림 6) SPICA의 상상도. 뒤에 태양, 지구, 달이 보인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JAXA, 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의 우주항공연구본부 (ISAS, Institute of Space and Astronautical Science)에서는 2012년의 발사를 목표로 3.5m 적외선 우주망원경 SPICA를 추진하고 있다. ISAS에서는 현재 2005년에 발사할 r구경 69 cm 인 적외선 우주망원경 ASTRO-F를 개발하고 있고, 이 프로젝트에 현재 서울대학교와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하여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및 과학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SPICA의 관측 파장 대 (5-200 μm)는 JWST의 관측 파장 대와 HSO 관측 파장 대의 중간 지역인 중적외선에서 원적외선을 포함하기 때문에, JWST, HSO 와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그리고 이 망원경의 가장 큰 특징은 망원경 전체를 절대온도 4.5 K (영하 268.5도)까지 냉각을 하여 망원경 온도가 80 K인 HSO 또는 45 K 인 JWST보다 훨씬 더 감도가 좋은 관측을 할 수 있다.

이 망원경을 사용하여 태양계 밖의 다른 항성에 존재하는 행성을 직접 관측하고, 우주의 초기 은하의 공간 분포 및 진화를 연구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일본우주과학연구본부와 2004년 7월 30일에 상호협약서를 체결하여 SPICA 프로젝트를 한국과 공동으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은 이 SPICA의 핵심 관측기기 중 하나를 주도적으로 제작하여 우주의 초기 은하의 진화 과정을 관측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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